엔화와 원화가 같이 약세를 보이는데도 유독 코스피만 동네북마냥 더 두들겨 맞고, 외국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말 답답하고 억울할 노릇입니다. “같이 통화 가치가 떨어지는데 왜 우리만 이 난리일까?”라는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하죠.
최근 외국인들이 코스피를 대거 이탈해 일본 등으로 발길을 돌리는 데는 몇 가지 뼈아픈 구조적 이유가 있습니다.
1. 역대급 급등 뒤에 찾아온 기계적 ‘리밸런싱’
최근 코스피가 이례적인 급등세를 보이며 8,000~9,000선 안팎을 오갔던 것 기억하시나요? 지수가 단기간에 너무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글로벌 자산운용사들 입장에서는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한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규정 이상으로 커지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따라 위험 관리 차원에서 기계적으로 비중을 줄이는 ‘글로벌 리밸런싱(자산 재배분)’성 매도와 차익실현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진 것이 지수를 강하게 압박하는 첫 번째 원인입니다.
2. 일본과 한국의 결정적 차이: ‘두터운 저변’ vs ‘투톱 쏠림’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140조 원 넘는 돈을 빼내는 동안, 옆 나라 일본 증시에는 90조 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흘러 들어갔습니다. 같은 통화 약세인데도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산업의 두께 때문입니다.
- 한국 코스피: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반도체 투톱’에 지수 전체가 좌지우지됩니다. 글로벌 AI나 테크 산업이 조금만 숨고르기에 들어가거나 공급망 리스크가 불거지면 코스피 전체가 직격탄을 맞습니다.
- 일본 증시: 시장 규모 자체가 훨씬 클 뿐만 아니라,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부터 다양한 제조·서비스업까지 AI 공급망 전반에 걸쳐 저변이 얇고 넓게 잘 퍼져 있습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계란을 나누어 담기 훨씬 매력적인 시장인 셈입니다.
3. 기업 지배구조 개혁(주주환원)의 격차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수년 전부터 강력하고 지속적인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밀어붙여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돈을 쓰게(배당, 자사주 매입 등)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외국인에게 ‘엔저(역대급 엔화 약세)’는 “싸진 가격에 주주환원 잘해주는 우량한 일본 자산을 쇼핑할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반면, 한국 역시 밸류업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구조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에는 외국인 눈높이에서 변화의 속도나 강도가 여전히 아쉽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4. 환율 1,550원 돌파와 ‘역송금의 악순환’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면 그 대금(원화)을 그대로 들고 있는 게 아니라, 달러로 환전해서 본국으로 송금(역송금)합니다. 이 과정에서 달러 수요가 폭발해 원/달러 환율이 1,550원 선을 위협할 정도로 치솟게 됩니다.
환율이 계속 오르면(원화 가치 하락) 외국인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환차손(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입게 되므로, 손해를 더 보기 전에 주식을 서둘러 던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단기 급등에 따른 비중 조절이라는 기계적 요인에, ‘얇은 산업 저변’, ‘주주환원 매력도 차이’, ‘환차손 우려’라는 삼중고가 겹치면서 코스피가 유독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혹시 현재 보유하고 계신 포트폴리오 중에 이 외인 이탈의 직격탄을 맞아 유독 마음을 졸이게 하는 업종이나 종목이 있으신가요?